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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울 / 배용주

by 배용주 2023. 12. 2.


가시울

                  배용주


열두 살 아들이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올라
간신히 별 무리를 달아놓았다
별들은 흐트러지지 않는 간격을 유지하며
내 머리 위에서 반짝거리고
불면의 밤하늘에 낱장을 넘기며
천장에 달린 별자리를 얘깃거리 삼아
딸아이에게 읽어주곤 했다

양떼목장 가장자리에
울타리를 거꾸로 세운다
양들이 가시울을 넘었다
끝없이 뛰어 넘는 양들을 세며
나는 동화 속 양치기 소년을 생각하는데
아들은 금세 던져놓은 탱탱볼 마냥
어디로 튈지 모를 사춘기 발자국을 찍으며
가벼운 하늘을 이고 그르렁거리며
늑대처럼 잠이 들었다

이 밤도
강마른 양 무리 가시울을 넘는데
나는 먼 우주 어느 별에서
하이얀 찔레 넝쿨을 찾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