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등의 나비 꿈

꼭지의 힘

by 배용주 2023. 11. 30.

 

꼭지의 힘

                   배용주

 

 

어머니 호박을 들어낸다

굽은 허리로 보리밭둑에 앉아

햇살을 깔고 앉은 호박 하나 들어낸다

 

굽을 데로 굽은 마른 꼭지

햇살의 힘이 저들을 키워내려고

온 힘으로 꼭지를 굽혔을까

 

여린 잎 하나 틔우려고

꼭지가 돌도록 용 쓴 탯줄

그늘진 아랫목에 풀꽃 똬리 틀어 놓았다

 

아랫목에 햇살 깔고 앉은 저 호박

볕 드는 쪽으로 굽은 꼭지의 반대편

밥풀만 한 꽃잎 훈장처럼 배꼽에 달았다

'무등의 나비 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를 쪼개며  (1) 2023.11.30
어머님의 꽃  (0) 2023.11.30
개펄  (1) 2023.11.30
바람의 무게  (0) 2023.11.30
꼭지  (0) 202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