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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나비 꿈

축대

by 배용주 2023. 11. 30.

 


축대

             배용주
 
 
모로 쌓인 축대 위로
올망졸망 국화꽃 피어 있다
 
한 송이 머리에 꽂은
큰딸의 눈동자가 빛나면
꼭 다문 입술 바르르 떨며
허공으로 사라지는 버들잎 하나
 
축대 아래 웅크리고 앉은
그림자 셋 나란히
느린 시간의 붓대로무
언으로 그린 기억
 
츄리닝 바지 점퍼
운동화 끈이 풀린 아버지
방울무늬 리본 큰딸과
짤랑 귀고리 작은딸
 
태양은 벌써 십자가를 너머에 서고
바람이 꽃을 흔들 때마다
국화향기 가슴을 친다
아버지의 축대가 가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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