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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나비 꿈

거인(巨人)

by 배용주 2023. 11. 30.

 

 

거인(巨人)
                  배용주
 


시한 내내 묻어둔 고구마 삶던 긴긴날들을
막연한 기다림으로 그리움만 키우시고 계셨나 보다
부산한 아침 뒤로
백년손처럼 찾는 무심한 내욀 기다리며
긴긴 기다림 끝 문풍지 같은
한숨소리 쌓여가던 사월
아랫목 등지고 누워
잔설 녹이던 가슴에 물소리가 난다
속도 모른 꽃 바람에
신나락이 트고, 앵두꽃이 피고, 개구리알이 깨어도
군불 지피는 심정을 누가 알까 몰라
고단한 낙수 소리 낮게 감추며
길목부터 반겨 달려든 발자국
무겁던 객지의 껍질을 털고
따순 햇살 같은 안식을 찾던 날
까칠한 볼에 유채꽃이 핀다
어머니, 멍한 가슴에 꽃물이 들어
지긋지긋한 기다림 길어진들
한결같은 그 사랑
어디다 견줄까, 그 큰 순한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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