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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나비 꿈

안개를 만나다

by 배용주 2023. 11. 27.

 

 

안개를 만나다

                      배용주 
 
할머닌 강둑에 앉아
지난겨울 적벽에 두고 온 아범 찾으며
그분이 오셨다고 한다
옷고름 늘어뜨린 채
염재를 넘을 거라 중얼거리신다
 
정오가 되도록
적벽은 안개옷을 벗지 못하고
빛을 껴안던 강물도
제 낯을 잃은 채
뒤엉킨 속만 꿀렁거린다
 
산 그늘 길어지고
별님도 오지 않는 밤이오면
누군가 어둠 속에서
강 비늘 세우는 소리
먹장을 벗어난 초승달이
적정산 절벽 위로 기우뚱 걸렸다
 
노을에 홍시는 익어가고
강물이 숨결을 고르면
우리는 억세 꽃 같은 방우리에서
안개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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