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의자
배용주
부산교통 영화여객 하덕정류소 처마밑에
할아버지 의자에 앉으셨다
먼눈으로 젖은 길 바라보시다
금세 그래그래 한 시절이여, 한 시절
고개를 끄덕이신다
태우시던 담배는
자글거린 입술을 떠나
바닥에 뒹굴고
간간이 오랜 기침을 쏟아 내며
쓴 잇몸만 중얼거리신다
다른 의자에 검정비닐봉지 얹히시고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신다
한여름을 등에 지고 모로 누운 평상같이,
대전발 영시 오십 분
노랫소리 들으며
빛바랜 털신 코에 비 들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