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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나비 꿈

그녀들의 봄

by 배용주 2023. 11. 27.

 

 

그녀들의 봄

                      배용주
 
 
그녀는 오일장 번잡한 골목
폭설에 기운 담 밑에서 굼벵이처럼 움츠려 졸고 있다
곱은 손 은가락지 훈장처럼 빛나고
뒷산 밭 논두렁에서 뜯은 봄동들
‘축개업국보약국’표 보자기 위에
밥상처럼 펼쳐놓았다
 
새벽 그늘 깊은 광주리에
냉이 달래, 봄나물 내오고
뻐근한 뼈마디 도닥거리며
개구리처럼 와글와글 쏘아보는
곱지 않은 눈초리에도
머리 흔들어 외면하는
뒤통수가 따가워도
진달래 꽃물처럼
파랑새 가슴처럼
소녀 같은 그녀의 손 가볍다
 
하필, 봄만 되면 오일장을 찾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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