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지에서
배용주
꽃 다 진 백련지에서
연잎 머리 조아리고 있다
얼어붙은 물밑에서
누군가와의 입맞춤인지
포리뤼 박새 날아와 앉으니
그 모습 하도 위태로워라
가냘픈 허리를 밟아도
부서지지도 주저앉지 않는
저 굽은 허리 속이 궁금하다
굽으면서까지 가두었던
얼음 뼈들 뽀득거린다
꽃피고 새 울면
허물어질 아치 뼈
이마가 무릎에 닿도록
내통하는 잠망경들 보인다
눈은 그치지 않고
나는 길을 잃었다
고치처럼 방 한 칸 빌려 살며
가슴속 청진기로 봄 익는 소리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