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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나비 꿈

나목처럼

by 배용주 2023. 11. 30.

 

나목처럼

             배용주

 

단숨에

쓰러져도 좋을 일이다

 

내 살아

물길 찾는 여린 솜털

풀꽃 하나 바람막이 되었다면

 

달팽이 같은 느린 꿈꾸며

시원한 그늘 한 점 기울이고

착한 이 서넛 좋은 추억 하나 되었다면

 

싹이나, 꽃 하나 못 피어도

내 죽어 어느 산골 아궁이

쩔쩔 끓는 아랫목이 되리라

 

그러지도 못한다면

식솔 많은 개미나

만삭둥이 거미에게

방 하나 내어주면 될 일

 

나 하나쯤

단숨에 쓰러져 썩어들며

머리 한쪽 잃은

버섯 몇 키워도 좋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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