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룡포 연분홍 치마
배용주
물이 든다
연분홍 치마에 펄 물이 든다
아른거리는 주름살 같던 개펄 사이로
거리낌도 없이 하루 두 번
배꼽까지 차오르는 반가운 손
얘기 똥 유채꽃이
깜깜한 앞날에 길이 되어버린
배고픈 하루를 치자 빛깔로 물들이며
낯 알 같은 자식과 통할 때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신 이에게 감사했었지
귓속에 종소리가 삶을 채울 때도 있었고
가마솥 하늘 열고 무릎 꿇는 날도 있었지만
이제 그 붉던 피 모두 지워지고
오랜 기침 한숨만 이어갔었는데
오늘은 뒷마당에 여린 꽃들이 많이도 피었어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연보랏빛 꽃잎을 열고 환하게도 반기고 있어
반갑기도 하지
잊지도 않고 찾아와
바람의 음표 하나씩 달고 있으니
볕 좋고 바람도 잠잠한 날
갯가서 낙지라도 잡아야겠어
바람에 휘날리는 연분홍 치마는 아니지만
몸빼바지 입고 바지락 캐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