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장 할머니
배용주
추섬이 내다뵈는 골목 끝
하루에도 몇 번씩
설익은 감처럼 떨떠름하게 만나던 새댁
칠순 넘도록 마주한 인연이니
사돈이라 하신다
꽃무늬 전대 허리에 차고
한 평 남짓 좌판 위에
쭈끼미문애낙자쏙새비해삼전복꼬막홍합바지락
조기맹태까재미고등애준치삼치꽁치갈치멜따구
믹과 다시마, 청각, 메생이
말린 가오리 몇과 청태 섞인 해우 두 톳
뀌미처럼 올려두고
가슬엔 전에가 제격이재
웜메웜메, 물 좋은 거
참말로 좋다야
갯것은 생물이 최고여
애창곡처럼 되네 인다
읍장에서 큰 애 낳고
아들 장가 다 보낸 읍장 할머닌
신찬한 삭신 추스르며
할아버지 먼 길 보내시고
개댁이 생선 하나 물고가도
입가에 함박꽃 피우신다
어머니, 이제 그만하세오
아들 내외 당부도 마다하고
눈발 고운 아침
뜨신 커피 마시며
완도읍장 짠물 들어 사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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