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의 갯길
배용주
울 엄니 걸어가신다
갯바람에 멍든 동백은 붉게 지는데
몸뻬 입고 광주리 들고서 가신다
갯마당 풀숲 위 풀꽃들 퍼질러 피고
댓잎 부리에 산새들 꽃잎 먹고 절창인데
솔섬 위로 떠 오른 앳된 별들도
동백숲 갯바람은 하염없이 성글거리는데
마늘밭 푸른 길 생긋한 보리밭 길 따라
노루목 갯벌로 물질 가신 울 엄니
이제나 보드랍게 봄 치마 펼치고 앉아
진등에 촛불 하나 밝히시려나
솟대쟁이 봄바람에 날창날창 춤추면
둠벙샘에 살구 꽃물 번지듯
울 엄니 날숨도 샐빛처럼 풀리실까
바람결에 냉이꽃 피워대던 갯길
눈발 성한 새벽 김발 같은 머리 풀고
갯길로 떠난 무녀도 풀빛 따라오는데
무등의 나비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