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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나비 꿈

해운대 밤바다를 쓰다

by 배용주 2023. 11. 27.

 


해운대 밤바다를 쓰다

                      배용주
 
어지럽던 날들을 나 홀로 떠나
드넓은 바다를 읽는다
 
몇 해 전 쓰나미가 덮쳤다던 해운대
저마다 한 잎 이야기를 달고
푸들 대며 달려와
갯고둥 같이 어물거린다
 
아무것도 뵈지 않은 해변
물컹하게 무너지고 다시,
새살 돋듯 살아난 파도
내 발밑에서 무너지길 수차례
 
나의 절름발이 날들은
스스로 마비된 가오리처럼
푸른 상처를 어루만지며
의로운 한 소절 노래를 부른다
 
너의 젊은 날도
울렁이는 파도 같이
소독솜 꾹국 찍어
하얗게 갈기를 세운다
 
지칠 줄 모르는 심해의 몸짓
파도의 칼을 견뎌낸 것들이
상한 데 없이 읽어주듯이
너에게 편지를 쓴다
 
내 속에서
심해의 숨소리 펄떡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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