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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나비 꿈

지문

by 배용주 2023. 11. 27.

 

 

지문
           배용주  
 
처음 남자가 손끝마다 젖은 언덕을 새긴 후로
여자의 후손은 아픈 뒤 발꿈치를 기억하며
원죄에 돌멩이를 던졌으리라
 
잊힌 유언들이 빗장을 부수고
육중한 겨울짐승에게 꽂힌다
생존의 창살이 팽팽한 문풍지에
꽃을 피운다
초록 그림자에 숨은
짐승의 머리카락이 갈라지고
선명해지면 질수록 손끝 밭고랑에도
윤기가 돈다
목마른 경계심이 만든 길
발아래 찰랑
상한 뒤꿈치의 안식이 역겨워
돌팔매질한다
팽팽해진 살 속에 숨겼던 문장
물 위에 테두리를 만들고
지문보다 선명한 물의 산맥이 솟구친다
 
어느 우주의 은하이던가
별의 산맥 바다의 파도 저수지의 돌멩이가
용감히 뛰어들어 소용돌이로 굳었던 동산
수많은 하늘의 암호들이
짐승의 동공 위로 떨어진다
내 엄지 밭고랑에도
물살이 세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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